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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청호가 그린 영화제의 본선 경쟁 부문에는 총 17편의 작품이 선정됐습니다. 우선, 모든 상영작의 감독님, 배우님, 스태프 및 관계자 여러분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. 저희 심사위원진은 치열한 고민과 토론 끝에 어렵사리 수상작을 결정했지만, 제각각 개성이 있는 소중한 작품들에 위계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통감했습니다.

향수를 자극하는 청소년 로맨스 [그 노래를 찾아라], 코미디 감각이 돋보이는 [마운틴 뷰],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메인 캐릭터의 황폐한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한 [바다의 무게], 비정하고 참담한 어른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는 청소년 수정을 카메라 기계의 시선으로 응시하고자 한 [수정], 귀엽고 싱그러운 매력의 음악 영화 [쉬는 시간], 얼굴에 난 여드름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청소년 김유정을 사려 깊고 끈기 있는 시선으로 담아낸 [여드름과 함께 춤을], 감독의 쿨한 연출 감각이 돋보이는 [좋아한다잖아], 폐쇄된 학교에서 이어폰을 꽂고 춤을 추는 보영의 이미지들이 인상적인 [평야의 댄서], 여성의 이혼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응하여 밝고 명랑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하는 도큐멘터리 [해피해피 이혼파티], 영화와 영화 만들기에 대한 감독의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지는 [E:/말똥가리/사용불가 좌석이라도 앉고 싶…]. 장르와 소재를 망라한 이 작품들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들입니다. 이에 저희는 이 10편의 작품 모두를 입상 수상작으로 결정했습니다.

양재준 감독의 [레터]는 성폭력 가해자 아버지를 둔 딸 가을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영화입니다. 이 작품에 대하여 관객이 갖게 될 감상은 다 다를 것입니다. 어쩌면 호오가 분명한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.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작품에는 강렬한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. 논쟁적일 수 있지만, 그것은 오히려 이 작품의 장점일 것입니다. 김수현 감독의 [문경이네 집]은 새 학기를 맞아 문경이 새로운 짝이 된 채진이라는 친구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청소년 드라마입니다. 다소 거친 면이 있고, 스토리 자체에 상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정면 돌파하면서 극복해내고 터칭하는 데 성공하는 작품입니다. 김다민 감독의 [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]은 본선 경쟁 부문에 오른 작품들 중 유일한 공상과학 장르의 영화입니다. 동물 학대를 일삼고 환경을 파괴하는 인류를 성찰하고자 하는 감독의 건강한 야심과 도전의식이 비범합니다. 이 작품들은 모두 감독의 도전정신, 끈기와 고집이 돋보이는 작품들입니다. 원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자기만의 노선을 택하고, 독자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 감독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. 이에 저희는 이 3편의 작품을 장려상 수상작으로 결정했습니다.

문정임 감독의 [정인]과 이원영 감독의 [여명]은 저희가 선택한 은상 수상작입니다. [정인]은 경주의 어느 고즈넉한 한옥 마을에서 살아가는 모녀의 일상을 믿음직한 시선으로 연출해낸 작품입니다. 감독이 이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집니다. 모든 쇼트가 단정하고 정갈하게 촬영되었고, 부족하지도 부담스럽게 넘치지도 않는 선에서 캐릭터의 감정을 정확히 짚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. 갈등하고 오해하지만 결국 어렵지 않게 서로를 포용하는 모녀에게 공감하게 됩니다. 영화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작품입니다. [여명]은 야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종석과 지훈이 탈영병을 마주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밀도 높게 연출해낸 작품입니다. 감독은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세 명의 인물만을 갖고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. 결말의 총소리가 향한 곳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은 것은 이 작품의 미덕입니다. [정인]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작품입니다.

김동하 감독의 [상규형이 하지 말랬어]는 저희가 선택한 금상 수상작입니다.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는 영화, 영화라는 예술 매체에 대하여 영화의 형식을 빌려 말하고자 하는 메타영화는 전세계의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유행해온 경향이었기에 그 자체로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간 숱하게 등장했던 메타영화들과 차별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. 영화란, 영화 만들기란 무엇일까요. 왜 영화감독들은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이 질문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답하기 위해 골몰하는 걸까요. 아마도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할 것입니다.

저희가 대상으로 선택한 작품은 박준영 감독의 [980g]입니다. [980g]의 테마는 ‘가난’입니다. 익숙하고 보편적이지요. 영화가 발명된 이래로 지금까지 수많은 감독들이 가난이라는 테마에 천착해왔듯, 박준영 감독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자본이 어떻게 한 인간을 소외시키는지, 가난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앗아가는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. 그리고 그것을 가족영화의 테두리 안에서, 인물들을 향한 온정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. 이 작품은 비정한 현실을 치열하게 재현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그보다 한 보 더 나아갔습니다. 아버지 호현이 30만원의 상금을 받기 위해 엄청난 양의 특대왕돈까스를 입 안으로 마구 우겨 넣는 씬은 압권입니다. 거기에 더해 호현의 딸 지은이 호현을 돕기 위해 돈까스 한 조각을 몰래 입 안에 넣고 조용히 씹어 삼키는 디테일은 저희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.

저희는 이렇게 본선 경쟁 부문에 오른 총 17편의 작품 모두를 수상 작품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. 혹독한 시대적 상황을 뚫고 꿋꿋이 작품을 만들어내신 상영작 감독님, 배우님, 스태프 및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.

제1회 대청호가 그린 영화제 심사위원 일동
임대형, 민병훈, 진헌수, 배기원, 오세섭, 최민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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